디스코드로 선출된 네팔의 임시 총리
2025년 9월 6일, 네팔 정부가 유튜브·페이스북 등 26개 SNS를 전면 차단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되었다. 청년 실업과 사회 불평등, 고위층의 부패가 이미 심각한 문제로 쌓여 있었기에 분노는 빠르게 전국으로 번졌다. 경찰의 실탄 진압으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총리는 결국 도주했다. 국회와 대법원이 방화되고 교도소에서는 1만 3,500명이 탈옥하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다.
이 혼란의 와중에 시민단체 ‘하미 네파리’가 개설한 디스코드 서버에 14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이 공간에서 실시간 토론과 투표를 통해 임시 총리를 선출했고, 그 결과 7,713표를 얻은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뽑혔다. 카르키는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자 반부패의 상징적 인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국가 지도자 선출이라는 인류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놀라운 점은 군부가 쿠데타를 시도하지 않고 정치 개입을 자제한 채 질서 회복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시민들 또한 시위 이후 자발적으로 청소와 복구, 약탈품 반환에 나서며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사회는 빠른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도는 네팔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공산당 정권 붕괴와 함께 일대일로 전략 동맹의 위치가 흔들릴 위기에 직면했다. 반중 정서가 확대되며 향후 경제·외교적 긴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미는 디지털 플랫폼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참여가 가능했던 일부 계층만의 결정이었다는 한계와, 유사한 방식이 악용될 위험성도 함께 드러났다. 결국 네팔의 ‘디지털 민주주의’는 성숙한 시민성과 군의 중립성 덕분에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지만, 향후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 없이는 언제든 불안정한 실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네팔의 이번 사례는 디지털이 민주주의를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만큼의 위험을 동시에 드러낸 역사적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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