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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이후의 권력 구조]

세금이 줄어든 시대, 국가는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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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정부의 권력과 기능은 필연적으로 축소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의 세수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일이자, 전체 세금의 총량이 줄어드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납세자 계층의 정치적 발언권과 영향력은 축소되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입지는 점점 약화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세수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다. 줄어든 세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대체 에너지와 같은 신산업, 혹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에 기대게 된다. 그리고 이 에너지원 또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국가가 일정 부분 통제하거나 협력 구조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세금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자산과 기술을 소유한 기업이 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자본주의의 순기능을 왜곡하는 위험한 지점이기도 하다. 민간 기업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민간 자산을 ‘구국적’ 목적으로 통제하려 할 경우, 그 순간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강제적 개입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며, 자본가와 기업이 국가보다 더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조를 촉진하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과 기본소득은 국가의 존재를 점점 더 ‘작은 행정 단위’로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정치적 권력은 세금에서 나오고, 세금은 생산성에서 나오며, 생산성은 기술과 자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권력은 국경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그것을 소유한 이들의 손에 쥐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우리는 국가라는 개념보다 더 거대한 ‘사회적 기업체’ 혹은 ‘초국적 자본 공동체’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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