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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와 정교함 사이: 로봇과 인간다움의 경계]

by 김도형
로봇 인간다움.png



로봇의 관절이 더 작아진다면, 그 움직임은 더 인간다워 보이지 않을까?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개념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되었다. 예전의 로봇들은 둔탁한 관절과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우악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셔플댄스를 추고 달걀을 정교하게 집을 정도로 섬세해졌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흉내 내고 표방하듯,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모사하려 하고, 로봇은 점점 더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로봇이 진정 ‘인간다워 보일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움직임의 미세 조정일지도 모른다. 관절과 근육처럼 작동하는 로봇의 부위들이 점점 더 작고 정밀하게 설계되고, 작위적인 흔적이 제거될수록, 로봇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덜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관찰은 인간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큰 성취는 정교한 디테일에서 비롯된다. 사소한 움직임, 섬세한 조정, 빈틈없는 준비와 실행이 모여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충실함과 정밀함은 어색함과 불쾌함을 줄이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아닐까.


#로봇 #인간다움 #정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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