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필요한 시대, 그러나 확신이 위험한 시대
불안하기 때문에 우리는 확신을 원한다. 뚜렷한 방향, 명확한 판단, 흔들리지 않는 신념 같은 것들. 하지만 지금 시대에 확신을 갖는다는 건 오히려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종종 다른 의견을 배제하거나, 자신이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반대의 관점을 무시하고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 확신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일종의 ‘선언’이며, 동시에 그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확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비춰지게 하고, 때로는 존중과 신뢰를 얻게 만든다. 하지만 그 확신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경우, 비난과 질책은 피할 수 없다. 확신은 곧 판단의 무게를 동반하며, 그 무게는 잘못될수록 더욱 크고 고통스럽게 돌아온다.
많은 이들이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시도하며, 그 불안을 눌러줄 수 있는 확신의 조각을 찾아 나선다.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세우기 위해, 확신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얻은 확신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 그 충격은 처음 불안했던 감정보다 훨씬 더 깊은 타격을 남긴다. 확신이 무너진 자리에 남는 것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멘탈의 붕괴와 비슷한 낙심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그중 하나는 아마도 이처럼 불안과 확신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확신을 구하지만, 그 확신이 때로는 또 다른 불안을 낳는 구조.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려 애쓰며 살아간다.
#불안과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