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할 점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환경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은 개인의 노하우가 되고, 때로는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경험이 반복되고 굳어지면, 어느새 ‘감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고정관념이 되기 쉽다. 우리는 익숙함을 신뢰하며, 새로운 가능성은 때때로 의심하거나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배제한다.
AI를 대할 때조차 우리는 이와 같은 인식의 틀 안에 머무르곤 한다. 예를 들어 바둑 기사 이세돌은 과거 인터뷰에서 삼삼(3:3)이라는 수를 언급하며, 바둑에서는 절대 두지 않는 수라고 설명했다. 이 수는 이론상 둘 수는 있지만, 기존의 기보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효율적인 수로 간주되어 일종의 ‘배제된 선택지’였다. 하지만 AI는 달랐다. 어떤 고정된 상식도 없이,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그 수를 두었다. 그 모습은 마치 백지 상태의 어린아이와 같았고, 기존의 규범이나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는 무해한 순수함처럼 보였다.
우리는 종종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고착된 사고를 깨닫는다. 어느 순간 너무 익숙한 방식만 반복해왔고, 자신만의 확증 편향으로 세상을 해석해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고정관념을 자각하는 것이다. 변화는 인식에서 시작되고, 그다음에는 그것을 깨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나는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을 둘러싼 반복된 생활과 언어,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와 정보, 가능성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는 타성보다 유연함이, 경직된 확신보다 유동적인 사고가 더 중요한 환경이다.
AI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준다. 그것은 단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편견 없는 선택과 가능성의 탐색이 인간에게도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고정관념을 무로 만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연습해야 할 변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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