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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공부하는 방법]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성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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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산업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작품 그 자체보다 먼저 ‘작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는 작품을 구매할 때 작품에만 집중하고, 정작 그 작품을 창작한 작가에 대해 묻는 경우가 적다. 반면 해외에서는 작가의 배경, 창작 동기, 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이 대화를 주도한다. 때로는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도 작품이 팔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창작 과정 속 고민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작가에게는 귀중한 출구가 된다.


작가를 공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약력, 주제, 작업 철학을 파악하는 것이 시작이다. 오랜 기간 활동한 작가라면, 시기별 작품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급 작가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한 사람으로서 작가를 이해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직접적인 방법은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라면, 그들의 피드와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히 살펴보아야 한다. 마음에 와 닿은 작품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특정 시점의 변화나 흐름에 대해 질문지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왜 특정 시기에 이런 스타일 변화를 보였는지, 어떤 계기로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와 같은 질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작가의 예술관과 창작 흐름을 이해하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정성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만 꼼꼼히 살펴보아도,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왜 그런 작업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그에 맞는 질문을 던져야 하고, 그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


결국, 작가에 대한 공부 없이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결혼을 결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과 작가 모두를 이해할 때 비로소, 예술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작가공부법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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