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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변형으로만 점철된 AI의 기능]

우연성에 기인한 AI

by 김도형
우연성이 기인한 AI.png


같은 도구를 여러 사람에게 건네주면, 누구는 몇 가지 기능에만 머무르고, 누구는 그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낸다. 포토샵만 보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색상이나 명도를 조절하는 보정, 합성, 불필요한 요소 제거 같은 기본적인 기능에만 의존한다.


최근 AI의 활용 방식도 이와 유사하게 다소 획일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부분의 AI 기능은 개발자가 일반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범위 내에서 제공된다. 여전히 코딩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AI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조하거나 확장해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 시장에는 기존 형식을 AI로 변형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실질적인 필요보다 오락성과 유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흥미가 식으면 쉽게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 대부분의 AI 기반 서비스는 기존 데이터를 입력하고, 그 결과로 우연적으로 생성된 결과물에서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이다. 사용자들은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도 없기에 일종의 무작위적 출력 중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셈이다.


이는 마치 연금술의 초기 단계처럼, 무엇인가를 집어넣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해보는 과정과도 같다.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창조한다기보다는, 생성된 옵션 중 하나를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주가 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AI가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드는 이유는 '편의성'에 있다. 인간은 한 번 편리함을 경험하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콘텐츠, 광고, 마케팅은 모두 이 편의성을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사용자를 묶어두는 구조를 강화해 나간다.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창작의 개방성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연성에만 의존하고, 포토샵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도구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본질적인 창작의 확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AI를 통해 기대하는 결과가 ‘무작위 뽑기’처럼 단순한 기대감으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도구의 잠재력을 스스로 축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연성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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