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우연과 계획 사이]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컨트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의 ‘과정’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사용법은 점점 더 간단해지고, 마치 플러그인을 다루듯 손쉽게 이미지를 입력하고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러 옵션을 생성한 뒤,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방식을 반복한다. 이 과정은 마치 가챠 게임에서 뽑기를 하는 것처럼, 우연에 기대어 결과를 기다리는 형태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신기하고 놀랍지만, 시간이 지나면 흥미는 빠르게 사라진다. 점점 사람들은 기존과 다른 컨셉이나 변형의 형태, 혹은 새로운 매체와 연결되는 결과물에만 주목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 쉬워져 누구나 창작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AI 예술이 특별함이나 분별력을 잃기 쉽다는 점이다.

최근 AI 논의는 주로 기술과 예술의 관계라는 추상적인 관념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보다 구체적이다. AI 활용이 1차 정보를 변형하는 과정에만 집중되면서, 창작의 계획성과 의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연에 의존해 나온 작품은 필연성과 당위가 부족하며, 그 결과 애정과 밀도가 결여된, 복제품과 다를 바 없는 ‘아우라 없는 창작물’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다. 이런 결과물은 대중의 외면을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AI를 ‘최소한의 컨트롤’ 영역 안에 두는 것이다. 우연적 효과를 활용하더라도, 그 우연이 무작위로 흩어지지 않도록 계획과 구조 속에 담아내야 한다. 결국 차별성을 만드는 힘은 우연을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우연을 의도적으로 길들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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