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변화가 필요한 미술계의 미래
“이번 글은 김현민 님의 ‘패션아트뉴스브리핑’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출처 @minihkim
최근 미술계의 흐름은 단순한 침체를 넘어 구조적 전환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에 진입했던 주요 해외 갤러리들이 철수하고, 오랜 시간 터를 지켜온 국내 대형 갤러리들마저 영업을 중단하고 있으며, 이는 단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글로벌 미술 중심지에서도 임대료 부담과 변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갤러리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한때 미술계의 부흥을 상징하던 수많은 아트페어들 중에서도 주요 행사들이 내년 일정을 취소하는 등, 기존의 모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시장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술 생태계를 지탱해오던 구조 자체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시장’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갤러리가 사라지고, 아트페어가 축소되는 이유는 미술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대형 작품 중심의 전시보다는 중간 가격대의 작품들이 더 많이 소개되고 있고, 전체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소수의 큰손 컬렉터에게 의존하지 않고, 보다 넓은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 시장의 가치 판단 기준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기존 모델이 희소성과 명성을 기반으로 했다면, 지금의 시장은 접근성과 주목도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단순히 누가 더 오랜 경력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널리 회자되고, 누구의 작업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는 곧 새로운 유형의 작가군의 부상으로 이어진다.
현재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 중 하나는 블루칩에서 레드칩으로의 수요 이동이다. 블루칩 작가들은 미술관, 기관, 경매 등 제도권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이들이며, 오랫동안 미술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최근 컬렉터들은 점점 더 레드칩 작가들, 즉 제도권 인증보다는 바이럴성과 문화적 영향력으로 가치를 형성하는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 그리고 신선하고 다채로운 시각이 있다.
이 모든 흐름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나 소비 양식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미술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구성과 맞닿아 있다. 기존 권위에 의존하던 구조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시대, 미술은 이제 새로운 규칙, 새로운 질서를 요구받고 있다. 필연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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