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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갤러리의 생존 전략]

더 이상 문화 외출이 아닌, 소비와 연결된 일상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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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김현민 님의 ‘패션아트뉴스브리핑’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출처 @minihkim


전통 갤러리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현실 속에서, 소규모 갤러리들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자신들만의 생존 전략을 구축해가고 있다. 대형 마케팅이나 스타 작가 대신, 이들은 무명 작가들을 소개하고 관람객에게 편안하고 진정성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전통 공예를 몰입형 체험과 결합하거나, 예술과 디자인을 일상 공간에 끌어들여 ‘전시’라는 개념 자체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거대한 쇼가 아닌, 조용한 연결을 통해 예술을 체화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소규모 갤러리의 생존을 넘어 새로운 문화 형식의 탐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리테일 공간이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술과 소비의 경계를 허물며, 쇼핑 자체를 몰입형 문화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는 젠틀몬스터와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대표적인 사례다. 젠틀몬스터는 초현실적인 설치미술과 로봇 조형물을 전시의 일부로 제시하고,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연출 아래 브랜드별 고유한 설치 예술 공간을 구성해 매장 자체를 하나의 전시처럼 운영한다. 이들 공간은 하이엔드 소비와 예술을 결합하여, 예술을 더 이상 특별한 ‘문화 외출’로서가 아니라 일상적 소비 경험 안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한때 미술은 ‘장소특정적’이라는 개념으로 불리며, 특정 공간의 맥락에 맞춰 설치되고 경험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술을 감상하고 구매하기 위해 굳이 갤러리를 방문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가와 직접 소통하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다. 화이트큐브 전시나 샴페인 오프닝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다. 갤러리의 전통적인 중개자 역할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온라인 전시, 유동적인 팝업 공간, 혹은 리테일과 접목된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이는 말한다. “당신의 공간이 DJ와 칵테일로 유지된다면, 그곳은 더 이상 진짜 갤러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미술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포스트모던 시대 이후 예술은 고정된 객체가 아닌, 유동적이고 열린 ‘현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술은 더 이상 특정 장소에 고정되지 않으며, 더 넓은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의 미술 시스템은 희소성과 권위를 기반으로 작동했지만, 지금은 접근성과 주목이 중심이다.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이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누가 가장 빠르게 변할 수 있는가?”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더 이상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지금 예술은, 공간을 벗어나 움직이고 있다.


#갤러리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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