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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되살리는 삶에 대하여]

문화예술이 개인에게 기여하는 역할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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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모든 감각이 깨어난다. 빛을 처음 마주하고, 공기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며, 작은 소리에 온몸이 반응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세계는 거대한 자극의 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성인이 된 우리는 역설적으로 감각을 일깨워 주는 작업을 의식적으로 해야만 한다.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거나 새로운 풍경을 찾아 나서는 행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이미 무뎌진 감각을 다시 깨우려는 시도이자, 잃어버린 세계와의 연결을 되찾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감각을 점점 잃어버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복되는 일상, 효율을 우선하는 시스템, 정보 과잉의 환경 속에서 감각은 억눌리고 축소된다. 보는 것은 많지만 깊이 바라보지 못하고, 듣는 것은 많지만 정작 기억되는 소리는 희미하다.


문화예술의 역할은 어쩌면 여기에 있다. 감각을 되살려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것, 일상의 무뎌짐 속에서 다시 놀라움과 생기를 불러오는 것. 아기가 처음 세상을 만나는 순간처럼, 성인인 우리에게도 예술은 감각을 다시 여는 두 번째 탄생의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감각을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예술 소비가 아니라, 자기 삶을 되찾는 일과 다르지 않다. 감각이 깨어날 때, 우리는 다시금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찬혁이 하고 싶은거 그만해. 찬혁이 왔다네 정말로


#감각 #문화예술 #멸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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