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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예술이 콘텐츠가 되었을 때의 문제점]

카텔란의 사례를 통해 본 어그로와 이슈몰이의 양면성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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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벽에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가다. 그는 이번에도 전시장 안에 보물을 숨겨 관람객이 직접 찾아내는 형식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관람 행위 자체를 놀이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예술 감상에 재미를 더하는 신선한 발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카텔란이 끌어내는 어그로와 이슈몰이는 과연 예술에 독이 되는가, 아니면 약이 되는가. 그는 일상적 사물들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하며 풍자와 해학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풍자라는 맥락을 제거한다면, 그의 작업은 단순한 극사실적 오브제로 남는다. 주목을 받은 이유는 새로움과 시기적 운, 그리고 대형 갤러리와 플랫폼의 힘이 결합했기 때문이지, 본질적 가치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예술이 이슈 몰이와 어그로의 전략에 갇히는 순간부터다. 작품은 점점 더 콘텐츠화되고, 관객에게는 흥밋거리나 이벤트로만 소비될 위험이 크다. 이미 많은 대중은 미술의 가격과 개념, 가치에 대해 불신과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카텔란과 같은 방식이 반복되면, 예술이 진지한 탐구보다는 그저 재미와 화제성으로만 여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국 예술 전반에 대한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술은 개성을 표출할 자유를 가진 영역이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아무런 견제 없이 ‘흥미로운 콘텐츠’로만 흘러가 버린다면, 예술의 언어는 피상적 이벤트로 소모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건강한 비평이다. 비평은 무분별한 콘텐츠화를 견제하는 최소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장기적으로 예술이 사회와 시장에서 가치를 이어갈 수 있는 가이드가 된다.


결국 카텔란의 작업은 예술과 콘텐츠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단순한 화제거리로 소비되어도 좋은가, 아니면 더 깊은 사유와 맥락을 요구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비평의 역할은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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