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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 여행과 여정의 다른 얼굴]

음악이 삶을 여행으로 만든다면, 미술은 삶을 여정 중에 어딘가로 만든다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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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 귀에 이어폰을 달고 다니며 하루의 거의 모든 순간을 음악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악은 자연스러운 배경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야만 들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변화가 내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요즘은 오히려 기분 전환을 위해 음악을 듣는다. 출근길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에 맞는 곡을 들으면, 단순한 출근이 아닌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시간을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바꾸어주는 능력, 그것이 음악의 본질적 매력이다.


미술은 조금 다르다. 음악이 순간을 다른 차원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이라면, 미술은 삶의 여정 속에서 특정한 지점을 남겨 놓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든 원하는 순간에 미술 작품을 다시 찾아볼 수 있고, 보고 싶은 부분에 갑자기 깊이 빠져들 수도 있다. 그 경험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길게 여운을 남기며, 마치 여정의 어느 한 장면처럼 삶 속에 자리한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 삶을 여행으로 만들어준다면, 미술은 삶의 여정 속에서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비춰주는 지점이라고 느낀다. 음악 한 곡이 퇴근길을 여행지로 바꾸듯, 한 점의 미술 작품은 내 삶이 지금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기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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