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과 결정을 이어주는 힘
소명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전시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었는지, 작가는 왜 작업을 하는 존재인지, 그리고 나는 왜 그 작업에 진지하게 동참하려 했는지를 다시 묻게 된다. 때로는 모든 것이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 하얗게 비어 버린 듯,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순간도 온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 속에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왔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본래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 동시에 익숙한 루틴을 깨는 용기도 필요하다. 원래 하던 방식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시작이라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일은 정해진 절차나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시대에는 효율적인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에 더더욱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수평적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가진 이가 있어야 한다. 수평적 토론 과정이 끝내 결정을 미루는 우유부단함으로 흘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결정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예술처럼 추상적이고 수치화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존중만으로는 방향을 잃고 산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소명으로 여기고 싶다. 언제나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며, 결국에는 정확한 판단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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