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는 참여, 흔들리는 기준, 그리고 새로운 균형점
예술의 민주화란 소수의 예술가와 제도가 독점해온 예술의 언어, 무대, 가치 결정권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는 곧 예술을 둘러싼 권력 구조의 재편이자, 창작과 감상의 주체가 다층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나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본질과 구조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에서, 민주화는 접근성과 다양성을 확대한다. 창작의 주체가 넓어지면서 예술의 실험성도 강화되고, 비평과 감상의 권력이 분산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미술이 더 이상 실험을 소수의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개별 작가의 욕구와 표현이 자유롭게 발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셈이다. 또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면서 예술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거나 담론을 촉발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예술이 반드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생긴다. 때로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의 사회에서조차 그 기본적인 역할조차 온전히 수행되지 못하는 현실 또한 존재한다.
민주화의 부정적 측면은 명확하다. “무엇이 예술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약화되면서, 비평의 언어가 무력화되고 예술의 질적 판단과 심화된 감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양성이 확장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공통의 기준과 언어가 해체되면 예술 담론은 파편화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사라질 위험도 뒤따른다.
또한 민주화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구조로 흔히 언급되는 SNS, NFT, 유튜브 등의 플랫폼 역시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기업이 통제하는 시스템 안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처럼 보이지만, 알고리즘과 자본에 의해 새로운 ‘보이지 않는 권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은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지만, 주제나 방향이 부재한 예술의 경우 깊이 있는 비평, 교육, 연구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좋은 예술’이라는 전제 자체가 사라지고 단순한 다양성만 남을 수 있다.
예술의 민주화는 사회적 토대를 넓히고 참여와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기준의 해체, 플랫폼 자본의 집중, 전문성의 약화라는 문제와도 긴밀히 얽혀 있다. 따라서 민주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구조적 변화를 인식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술의 문을 열되, 그 안에서의 언어와 구조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예술민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