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와 경험이 감지하는 ‘다름’의 순간
작품을 보다 보면 문득 “한국 작가가 아니겠다”라는 직감이 번뜩일 때가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봐서일 수도 있고, 내 안의 DNA가 무의식적으로 ‘다름’을 감지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동족에 대한 동질감을 먼저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놀라운 점은 이 직감이 꽤 높은 정확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이 글로벌하게 변화하고 해외 유학파도 늘어나면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한국 작가들의 작업에는 ‘한국 작가처럼 보이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맥락에서 비롯되는 표현의 본능에 가깝다.
특히 색채에서 이런 감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건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색의 조합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색감 자체에도 위도와 경도, 기후와 지리적 특성이 스며들어 있다. 특정 색의 조화나 구성만으로도 어느 지역 출신인지 짐작할 수 있을 때가 있다.
물론 이러한 감각이 선입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표현 양식을 면밀히 관찰하고 구분할 수 있는 깊은 감식안이기도 하다. 결국 ‘이국적이다’라는 느낌의 근원은 내 DNA와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낸 ‘다름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예술은 전통적으로 고유한 것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한 외부 요소와 혼합되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긍정적인 융합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본연의 고유한 감각이 희석되어버리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각 나라 고유의 시선과 감각을 흥미롭게 바라보지만, 한국 작가들은 글로벌 체계에 너무 빠르게 흡수되고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본연의 ‘이국성’을 살리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 다양성을 논하는 것은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모두가 범인류적인 보편성을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세부적이고 고유한 차이를 더욱 깊게 파고드는 움직임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국적’이라는 감각은 그 교차점에서 발현되는, 나의 경험과 정체성이 감지하는 섬세한 차이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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