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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타임의 최소화]

일상의 연결이 아닌, 고립을 부추기는 빛의 시간들

by 김도형
스크린타임.png


핸드폰을 보고 있는 총 시간, 흔히 ‘스크린타임’이라 부르는 이 지표는 현대인의 하루를 말없이 대변한다. 나 역시 어느 날 무심코 확인한 스크린타임 숫자에 충격을 받고, 한동안 핸드폰을 멀리하려 애쓴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많고 그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 늘 핸드폰을 들고 메모하곤 했지만, 오히려 그 습관이 글쓰기를 빌미로 핸드폰을 더욱 가까이 두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싶다.


알림을 꺼두고, 의도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디지털 장치를 피하며 자발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봤다. 대신 나무, 흙, 바람, 물 같은 자연물과의 접촉을 조금씩 늘려갔다. 사색은 오랫동안 내 삶의 중심에 있었지만, 최근엔 깊은 사유에 들어가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스스로를 보며 한참을 반성하게 됐다.


일론 머스크는 하루 스크린타임이 10분이라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빛나는 직사각형’ 앞에서 보내고 있을까. SNS나 유튜브 속 피드백,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점점 더 몰아붙이며 진짜 삶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매일같이 글을 쓴다는 행위조차 때로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스크린타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어디에 마음을 쓰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각자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보며, 그 거울 앞에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스크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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