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양적 발전과 질적 발전 사이에서 인간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기술의 발전은 흔히 ‘더 나아진다’는 말로 단순화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두 갈래의 길이 존재한다. 하나는 양적인 발전, 다른 하나는 질적인 발전이다. 양적인 발전이란 더 많은 것을, 더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능력의 향상이다. 이 발전은 필연적으로 ‘속도’라는 요소를 동반하며, 지금 우리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속도, 콘텐츠를 생성하는 속도, 계산과 실행의 속도는 이미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으로 진입했다. 여기서 인간이 가진 불안은, 기계가 인간이 하지 못하는 ‘양적 표상’을 완전히 대체해버릴 수 있다는 공포다. 효율성과 허용성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하던 많은 일들이 하나둘 기계에게 넘겨지고 있다.
하지만 질적 발전의 영역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질적인 발전이란 단순히 ‘많이’가 아니라 ‘잘’하는 것이며, 그 본질에는 정확성, 깊이, 맥락에 대한 이해가 있다. 질적인 발전은 빠르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질이라는 개념이 객관적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퀄리티는 대부분의 경우 주관적이다. 그것은 보는 이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고, 경험과 문화, 감정과 취향에 의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인공지능은 이 질적인 영역에서는 아직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암묵적인 기준, 정량화되지 않은 감각, 사람마다 다른 평가지표는 여전히 인간의 손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단순히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주관적인 지표들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사람일 것이다. 지금처럼 주관성을 고집하거나, 반대로 객관성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감각을 가진 사람. 주관적인 감정과 경험을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환산할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질적 발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속도라는 망치에 두드려 맞고 있다. 하지만 그 망치에 맞아 부서질 것인지, 그 망치로 정교한 형상을 빚어낼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양적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질적 기준을 새로 쓰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