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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쾌락]

쾌락은 짧고, 행복은 고요하다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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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흔히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도파민이라는 동일한 생리적 신호가 작동하더라도, 그 감정의 이름이 쾌락인지, 행복인지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쾌락은 그 말 자체가 말해주듯 짧고 강렬하다.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하며, 그 지속성은 매우 짧다. 반대로 행복은 강한 자극으로 체감되기 어렵고, 오히려 조용하게 오래 지속된다. 너무 오래 곁에 머물러 있어, 오히려 존재를 인식하기 힘든 감정이기도 하다.


행복과 쾌락을 나누는 결정적 차이는 ‘감사’의 감정이다. 쾌락적인 순간은 감사함을 동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욕망에 더 가깝다. 쾌락은 순간적 만족을 지향하며, 스스로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행복은 자주 체감되지 않더라도, 어떤 순간 불쑥 떠오른다. 그것은 대개 외부 자극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나는 지금 이 삶에 감사하고 있다”는 인식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문제는 이 쾌락이 너무 빠르게, 너무 자주 반복될 경우, 오랫동안 쌓아온 행복의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쾌락은 사람을 자극에 중독시키고, 그 결과 우리는 행복을 인식하는 능력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반대로 쾌락을 자제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균형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결국 우리가 살피고 훈련해야 할 것은 ‘강한 자극에 반응하는 감각’이 아니라 ‘잔잔한 감정을 알아채는 감수성’이다. 행복은 큰 소리로 오지 않는다. 아주 작게, 아주 오래 전부터 곁에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조용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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