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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짓는 집]

디테일보다 먼저 세워야 할 구조의 중요성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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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은 바로 ‘구조’를 읽고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술을 넘어서, 머릿속의 세계를 현실로 꺼내는 프레임을 확보한다는 의미였다. 글을 쓸 때도 더 이상 막막하게 한 줄 한 줄 고민하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구조 위에 살을 붙이듯 내용을 덧붙이는 느낌으로 진행된다. 뼈대가 먼저 자리하고, 그 위에 근육과 피부가 덧입혀지듯 글도 그렇게 완성된다.


그러나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먼저 ‘집 한 채’를 세워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시작할 때 디테일부터 그리기 시작한다. 창틀을 꾸미고, 벽지를 고르며, 가구를 배열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정작 그 집이 어디에 놓일지, 어떤 구조인지, 지붕은 몇 층이고 기둥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설계는 부족하다. 그렇게 쓰인 글은 각 부분은 화려해도 전체로 보았을 때 조화롭지 못하거나 균형이 어긋난다.


그래서 반드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전체 구조를 짜는 일이다. 어떤 개념으로 시작해서 어디로 향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릴 것인지, 그 흐름을 미리 그려야 한다. 그것은 글쓰기뿐 아니라 기획, 설계, 심지어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나의 음악을 만들든, 전시를 구성하든, 그 핵심은 구조에서 출발한다. 구조가 탄탄하면 그 안에 담기는 감정이나 정보, 표현들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렇게 구조 위에 구축된 글이나 콘텐츠는 독자나 관객에게도 수월하게 다가간다. 글쓴이의 목적과 동기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그것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된다. 하나의 생각을 세상에 실현하려면, 먼저 그 생각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구조가 없는 창작은 단순한 단편의 집합일 뿐이다. 반대로 구조가 있는 창작은 무수한 생각들을 하나의 세계로 조직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생각은 흐르지만, 구조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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