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살아가고 싶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대하여
묵묵하게 자신의 것을 해나가는 것을 보기 참 힘든 시대가 왔다. 그 묵묵할 수 있는 시간조차 기다리기 힘들어하고, 더 빠른 피드백을 요구한다. 우리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사회적으로 미덕이라 말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사회는 ‘무조건 잘하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과와 속도가 전부가 되어버린 오늘의 삶에서, 과정과 시간을 견디는 태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묵묵히 해나가는 것을 여전히 원한다. 단순히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게 본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누군가는 정말 그저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하고, 그것이 허락되는 세상을 바라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야말로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조용히 쌓아가는 시간을 감내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도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만 봐도 그렇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보니 어설프고 부족한 영상들이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유튜버들 중에서 하루하루 꾸준히 달려가는 이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엔 말주변이 없고 표현이 서툴렀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자신만의 리듬을 갖게 되고, 어색했던 화면도 어느덧 익숙함이 된다. 실력이나 자질을 넘어서는 힘이 바로 ‘꾸준함’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되든 안 되든,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 안에 무언가 거창한 의미를 두기보다, 그냥 계속 해보는 것. 그저 묵묵히 쌓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가장 현실적이고도 본질적인 태도가 아닐까. 의미를 따지기보다 실행을 택하고, 평가보다 과정을 견디는 쪽을 선택하는 삶.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부터 그 삶을 살아내야겠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의미보다도 먼저, 꾸준함이 먼저인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