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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면 자면 되는 이치]

자연스러움과 불안 사이에서

by 김도형


아기들은 졸리면 자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졸릴 때마다 느끼는 이 낯선 감정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운다. 졸림이라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생리적 신호조차, 그것을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 아기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그 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도 때때로 ‘그저 받아들이면 되는 상황’이 있음에도, 우리는 오히려 그것을 해소해야 할 문제로 간주한다. 무언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조급하게 몰아붙인다.


졸리면 자면 되는 이 단순한 이치를,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한 채 ‘행동’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고, 해소하거나 설명하거나 증명하려 애쓴다.


결국, 아기는 자연스러운 것을 몰라서 울고,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한다. 방향은 다르지만, 두려움의 본질은 닮아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배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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