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다른 해장 문화]

술자리의 끝맺음과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 만들어낸 두 감각

by 김도형
시메 문화.png

한국과 일본은 술을 마신 뒤 음식을 찾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를 형성해왔다. 일본에는 시메라 불리는 독특한 관습이 있다. 시메는 말 그대로 마무리를 뜻하며, 술자리의 끝을 부드럽게 정리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 잡아왔다. 에도 시대부터 계속된 이 전통은 지역마다 다른 형태로 발전했는데, 동일본에서는 라멘을, 서일본에서는 우동을 선호하며, 홋카이도에는 우유와 파르페를 곁들이는 시메 파페 문화까지 존재한다. 다양한 유제품을 기반으로 한 지역의 식문화가 시메라는 마지막 장면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 술을 마신 뒤의 음식은 다음날로 이어지는 해장이라는 개념 속에서 이해된다. 속을 편안하게 하고, 전날의 과음을 씻어내기 위한 일종의 회복 과정이다. 뜨겁고 자극적인 국물로 몸의 무거움을 털어내는 이 해장 문화는 한국인의 일상 안에서 자연스러운 반복으로 자리 잡아 있다. 결국 일본이 술자리의 흐름을 정리하는 마무리의 미학을 추구한다면, 한국은 피로를 덜어내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회복의 감각을 중심에 둔 셈이다.


이런 차이는 두 나라의 식문화가 가진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의 술자리는 보통 코스형 식사 속에서 이루어진다. 식사와 음주, 그리고 마지막 시메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마지막 음식은 전체 흐름을 완성하는 조용한 결론처럼 기능한다. 한국의 경우 안주 중심의 빠르고 강한 음주 방식이 자리 잡아 있어, 다음날 따로 속을 풀어야 하는 문화가 확립되었다. 맵고 뜨거운 국물이 중심이 되는 해장은 이 같은 음주 방식에서 파생된 일종의 해독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음식 자체에도 두 문화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일본의 시메는 소화가 잘되는 라멘, 우동, 오차즈케, 계란죽 등이 주를 이루며, 자극을 최소화하고 편안함을 되찾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한국의 해장은 콩나물국, 해장국, 순댓국, 감자탕처럼 속을 강하게 깨워주는 국물 요리가 중심이 되고, 뜨거움과 매운맛을 통해 몸을 다시 살려내는 방식이 유지된다. 일본이 술자리의 끝에 감정을 내려놓는 시간이라면, 한국은 다음날의 무거움을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재시동의 의미에 가깝다.


결국 일본의 시메는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의식이고, 한국의 해장은 다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회복의 기술이다. 두 문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몸과 감정을 다루지만, 술자리의 끝에서 인간을 위로하고 일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목적을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각 사회가 인간의 피로와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왔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문장에 가깝다.


#시메문화 #해장문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 Z세대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