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없는 세상

우리는 같이 가자

by 김도형

서울에 처음 상경했을 때 실수했다는 이유로 절연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이러면 안 된다며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일갈하며 매정하게 사라진 인연이 있었다.

그 시기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깍두기’라는 말이다.


난 크게 깍두기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 말은 참 많이 쓰기도 했다. 나이가 너무 어려 잘 뛰지도 못하는 동생, 혹은 어딘가 다쳐 불편한 친구, 혹은 처음 그 게임을 같이 해서 게임룰을 잘 모르는 친구. 게임에 같이 뛰어들면서 적응하느라 고생은 했겠지만 어떻게든 끌고 함께 가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다운로드 (43).jpeg

요즘 내가 사는 세상에서 깍두기는 유토피아 같은 말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나조차도 정말 같이 가기 위해서 건네는 말과 행동인지 날 돌아보게 된다. 절친한 형이 늘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같이 가자, 우리는 같이 갈려고 하는 거다.'


돌아보면 나는 깍두기를 잘 챙겨줬다는 스스로에 대한 오만도 있었고 나는 깍두기가 되지 않겠다는 오기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깍두기였고, 그 누군가는 날 함께 끌고 지금까지 와준 것은 확실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일수록 더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함께 가자는 말자체가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깍두기 #함께가기 #함께 #감사 #유토피아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명화 작품 구매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