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부여한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다
갸루 ギャル는 영어의 Girl을 의도적으로 변형한 용어로 한때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며 여러 가지 형태로 파생되었던 패션을 말한다. 이 갸루가 우리는 기괴하고 이상한 문화라고만 생각하지 왜 이런 문화가 정착되고 보편화되었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일본 사회는 여러 가지 형태로 각각 사람들이 맡아야 할 역할을 구분하는데 여성의 역할도 갖은 방법으로 제한되었다. 일본의 보수증이 여성성을 강조하며 여성이 결혼하여 아내가 되어 가사를 하는 역할을 해주기 바랐기 때문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결정되면서 일본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런 사회 문화가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여성의 의식이 깨어나면서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가 일어나는데 그중에 하나가 갸루이다.
말투는 남자 같고 치마는 추켜올려 허벅지를 드러내지만 점퍼를 걸쳐서 뒤를 보이지 않게 한다. 이는 일본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하얀 백옥 같은 피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기에 탈색한 머리와 하얀 화장까지 더해지면 완전히 여성성이 부정된다. 그리고 여성의 성적 매력이 드러나는 곳인 발목을 가리는 루주삭스가 갸루의 상징 중 하나이다. 갸루의 복장은 여성성을 철저하게 없애되 성적으로 보일만한 곳을 모두 강조하게 되어있다. 갸루패션의 의미는 사회가 부여한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다는 뜻이다.
갸루는 이뻐 보이고자 하는 패션이 아니다. 일본인들도 이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기존 사회가 정해준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현상만 보고 판단하고 그것을 이야기하다가는 이렇게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부끄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것을 속단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경계심을 갖게 해주는 소재였다. 사회에서 각 성별로 요구되는 사항들, 이제는 성별로 나누듯 그러한 기준을 먼저 없애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한국에는 나이에 따른 행동 과업이 있고 사회적 위치에 따라 많은 의무가 정해져 있는 전통이 있다. 폐습을 없애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반면 편의로만 모든 전통이 그 중요성이 재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없어지려 한다는 부분도 안타까움을 더한다. 요즘은 변화보다 지키는 것에 공부를 더해야 한다. 변화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일본 여성들은 상당히 강력하면서도 대대적으로 의식개혁을 위한 행위를 해왔다는 것에 상당히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