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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놓치게 되는 것들

by 김도형

학창 시절 나는 애니메이션 광이었다. 그래서 덕이 많고 사람들이 나를 많이 따른다.

고등학교 때는 애니메이션 동아리를 만들었고, 그 당시 나왔던 애니메이션들을 거의 다 보고 시디로 구워서 보관하기도 했다. 지금은 시디로 굽는다는 걸 모르겠지, 공시디에 파일을 넣는 프로그램이 “Burn”이라서 굽는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 당시 애니메이션은 건너뛰기라는 기능이 없어서 다음화로 넘어갈 때마다 우측방향 키보드를 8번 다다다 다닥 손수 눌러서 오프닝을 넘기곤 했었다. (1분 20초 정도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다음화로 넘겨주고 오프닝과 엔딩을 건너뛰게 해주는 기능이 생겨 정말 편안하고 무한루프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어 놓긴 했다. 한 번도 생각을 못했던 일이긴 한데 애니메이션 감독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오프닝과 엔딩을 건너뛰면서 작품을 알지만 제작자가 누군지 모르는 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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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흠칫하면서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너무 편한 것에 맛들려서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는데 이런 느낌이었던 걸까. 영화관에서는 엔딩크레딧도 다 보고 나오긴 하는데 (마블만 그런 거 아니다),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돌아보게 된다.


미술작품은 아는데 작가를 모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건너뛰기를 안 할 수는 없고 한 번쯤은 끝까지 봐야지 다짐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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