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그늘이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삼국지나 역사 속 위인들의 업적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명암의 대비와는 다르게, 한 사람이 지닌 내면의 입체감을 뜻하는 것 같다.
'그늘'이라는 단어는 우울함이나 어두운 감정을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꼭 부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마치 나무가 햇빛을 가려 포근한 그늘을 만들어내듯, 인간의 내면에도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심연 같은 그늘이 존재한다. 인생의 크고 작은 기복이 그 사람만의 독특한 그늘을 형성하듯, 반대로 큰 굴곡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서는 그러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그늘이라는 개념은 한 사람의 내면을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작품을 볼 때, 작가가 지닌 그늘에 대해 상상해보곤 한다. 이 작가는 어떤 고민과 내면의 입체감을 가지고 있었을까? 작품의 주제나 표현 방식 속에서 그의 그늘이 얼마나 깊게 드러나는지를 읽어내려 할 때가 있다.
최근 반 고흐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정물화를 포함해 몇몇 작품에 그림자가 옅거나 아주 밝게 표현된 작품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반 고흐만큼 인생의 그늘이 짙고 깊은 작가는 드물 텐데, 그의 그림은 놀랍도록 밝고 찬란하며, 오히려 그림자가 약하게 표현된 작품들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깊은 그늘을 가졌던 사람이 그린 작품에서조차 어둠이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 반 고흐의 그림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그늘이라는 것은 그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아주 낭만적인 요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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