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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로 만들어내는 원근감>

by 김도형

원근법은 평면 위에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개발된 기법으로, 가까운 곳과 먼 곳의 거리감을 형성해 작품 속 차원을 확장한다.


원근법을 구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흔히 건축이나 설계에서 사용하는 투시법은 형태를 통해 원근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에 비해 색채를 활용한 원근법은 조금 더 상위 개념으로, 형태뿐 아니라 색상의 심리적 거리감을 통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온색(따뜻한 색)이라 불리는 빨강, 노랑 같은 밝고 따뜻한 색상은 물체를 가까워 보이게 만든다. 반면, 한색(차가운 색)인 초록이나 파랑 같은 색상은 물체를 멀리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멀리 있는 온색을 표현하는 것은 색채를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어려운 과제이자 내공을 요하는 작업이다.


온색으로 먼 거리를 표현할 때는 색상의 변화를 최소화하며 어둠을 더해 거리감을 만들어내고, 한색으로 가까운 거리를 표현할 때는 채도를 높여 물체를 시각적으로 당겨내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형태나 투시법을 활용한 원근감보다, 색채를 통해 만들어내는 공간감이 훨씬 정교하고 세련된 기술임을 보여준다.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은 투시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색채만으로 앞과 뒤의 공간을 창조하며, 밝고 화려한 색조를 오히려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보이게 만드는 경지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 이상의 미술적 깊이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색채 원근법을 완벽히 활용하는 작가는 진정한 장인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색채로 원근감을 만들어내는 기술의 유무는, 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장식미술과는 차별화되는 본질적 내공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겉으로는 소박해 보이지만 속이 단단하게 채워진 ‘꾸안꾸’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과도 같다. 색채의 원근감은 작품의 심미성과 깊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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