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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에 빠져드는 이유]

예술이 조용히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방식

by 김도형

오케스트라는 수많은 악기가 어우러져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때때로 단선율로 연주되는 순간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단선율이 오히려 우리 곁에서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한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술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색을 극한까지 줄인 모노톤 추상이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처럼, 최소한의 색만 남긴 추상화는 마치 한 가지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미술에서 색은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각 색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색이 많아질수록 시선은 흩어지고, 전달되는 메시지도 분산되기 쉽다. 반면, 로스코와 같은 작가들의 모노크롬 회화는 단순함 속에서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작품이 가장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크고 빠르게 외칠 때가 아니라, 조용하고 침착하게 말을 건넬 때인지도 모른다. 미술의 거장들이 극소수의 색만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예술이 우리와 소통하는 가장 깊고 본질적인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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