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제작, 연출, 촬영, 미술, 의상 & 분장, 편집, 시각효과, 특수효과, 음악 & 사운드, 스턴트 & 액션, 애니메이션 & 모션캡처, 배급 & 마케팅까지—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낸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흔히 ‘종합예술’이라 불린다.
그렇다면 영화감독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독은 이 수많은 요소들을 총괄하는 마에스트로(지휘자)와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직접 할 수 없기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맡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오케이’라는 단 한마디로 자신의 선택이 모인 결과물을 확정짓는다. 이처럼 영화는 감독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지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메이드(Readymade)와도 맞닿아 있다. 기성품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어 예술로 전환하는 과정은, 마치 조각가가 화강암이나 대리석 덩어리에서 미리 존재하고 있던 형상을 발견하는 순간과도 유사하다. 현대 예술에서는 창작 그 자체보다 ‘어떤 것을 선택하고 발굴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찰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택이 작품을 결정짓는다. 요즘처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다른 분야가 융합되는 시대에는, 각 영역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더욱 필수적이다. 좋은 예술이란, 어쩌면 수많은 요소들 중 최고의 것들을 조합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좋은 작품을 발견하는 능력과도 연결된다. 우리가 기성품 중에서 ‘진짜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한 것처럼, 예술에서도 어떤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맥락 속에 놓을 것인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선택의 순간, 예술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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