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얻기 쉬워진 시대에 질문 역시 쉽게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개떡같은 질문을 해도 찰떡같은 답을 해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올바른 질문'을 하는 감각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질문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른 답을 받았을 때, 감정이 없는 존재에게 화를 내거나 실망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질문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답변을 얻는 과정이 손쉬워진 만큼, 사람들은 스스로의 느낌적인 느낌을 무비판적으로 강화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너무나 호흡이 빨라졌다. 한 템포 쉬고, 곱씹고, 고민한 뒤에 행동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즉각적인 반응에 길들여진 만큼, 인터랙티브는 빨라졌지만 인내하거나 고민하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질문이라는 것은 반드시 인내와 고민을 거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내가 왜 이 질문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설령 답을 얻더라도 그것은 쉽게 휘발되고 만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이것이 궁금해졌을까?"라는 자문이야말로, 자신의 사고 구조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건너뛴 질문은 답을 얻더라도 의미를 남기지 못하며, 시간이 흐른 뒤에는 왜 그 질문을 했는지조차 잊게 된다.
결국 질문을 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또,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보면 된다고 한다. 질문은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 깊이와 방향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그러니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바로 질문하지 말고, 먼저 "나는 왜 이 질문을 하려는가?"를 깊이 생각해보라. 그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의미 있는 질문과, 그에 걸맞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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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t’s Like, What It Is #3》 Adrian Pi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