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도’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지도는 우리가 아는 위치 정보뿐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함께 담고 있으며,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이 지도를 디지털 기반으로 세계 지형에 적용해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기준으로 할 때, 전 세계 국가들이 거의 동일한 색으로 칠해진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매달 일정한 수익을 걷어가는 구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러한 구조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준조세를 부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서버 요금’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려고 해도, 국내 플랫폼이 아닌 해외 OTT 서비스를 통해 시청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달러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최종 단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결국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다.
우리는 K-드라마를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플랫폼과 자본의 한계로 인해 최종 유통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 기업에 내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 구조는 실질적으로 일종의 '디지털 세금'을 해외에 납부하는 셈이다.
중요한 점은, 지금 우리는 단순히 글로벌 기업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사라진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지불'을 통해 그들에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인 콘텐츠 산업조차 왜 해외 플랫폼을 거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된 배경에 국내 환경이나 제도의 어떤 한계가 작용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에서 받아들여지는 다양성과 개방성이라는 범주가 과연 거대한 자본만으로 가능했던 일인지, 우리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