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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보다는 감도]

by 김도형


예전에는 “센스 있다”는 말이 칭찬의 대표적인 표현이었다. 스타일이 좋거나 기획이 날카롭거나, 무엇인가를 ‘잘 읽는 사람’에게 우리는 센스 있다는 말을 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조차 구식처럼 느껴진다. 요즘 사람들은 “감도가 좋다”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 센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감도는 좀 더 미묘하고 입체적인 개념이다.


센스는 좋고 나쁨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이분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감도는 단순히 ‘있다, 없다’가 아니라 느낌의 정도, 반응의 민감도, 시선의 온도와 거리로 표현된다. 마치 음악의 볼륨이 아니라 주파수의 섬세한 떨림을 조절하듯, 감도는 조금 더 섬세하고 복합적인 인식을 요구한다.


감도가 뛰어난 사람은 하나의 전시를 만들 때도, 한 장의 포스터를 구성할 때도 전체의 흐름과 맥락, 그리고 관객의 정서적 리듬까지 직감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다소 평범하더라도 감도가 좋은 기획자나 작가가 있다면 그 전시는 살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작품보다도 감도가 더 중요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나는 요즘 감도와 센스의 차이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감도는 단지 트렌드를 잘 읽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구성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느낀다. 만약 지금 예술과 콘텐츠 전반에서 ‘감도’가 주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면, 그것은 시대가 원하는 표현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결국 이 시대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자신의 감도를 예민하게 조율하고, 그것을 믿고 밀어붙이는 힘이다. 그것은 단순한 센스가 아니라, 자기 안목에 대한 신뢰와 정서적 민감성에서 비롯된다. 예술은 더 이상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의 시대에 들어와 있다. 감도가 그 모든 것을 이끈다.


#감도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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