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지인에게 "너는 참 꾀를 부릴 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분명 칭찬이었지만, 그 말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게 꾀를 부린다는 건, 어릴 적 선생님께 혼나거나 벌을 받고 있을 때 쉬다가 선생님이 볼 때쯤 팔을 드는 그런 모습과 비슷했다. 반면 나는 늘 영화나 만화 속 캐릭터처럼, 하루 종일 팔을 들고 있다가 잠깐 내린 순간 딱 걸리는 쪽이었다. 꾀를 부릴 줄 아는 사람은 나보다 한 수 위의 능청스러움이나 여유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나는 감히 꾀를 부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근면하거나 성실한 사람이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저 묵묵히, 어떻게 보면 조금 고지식하게 해내는 법밖에 몰랐던 것 같다.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비슷한 결과를 내보려 애썼다. 그런 방식이 몸에 밴 지금은, 오히려 꾀를 부리지 않고 사는 것이 더 편해졌다.
물론 누구에게나 꾀를 부리고 싶은 순간은 찾아온다. 지겨움, 짜증, 무의미함이 밀려올 때, 나 역시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꾀를 부리지 않고 살아온 그 시간들이 언젠가는 나를 증명해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나는 꾀를 부릴 만한 여유나 깜냥은 없지만, 대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을 각오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