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글을 써오면서도 유독 강조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세상엔 어른이 부족하고, 나 역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책임이나 역할의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동안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 속에서 어른을 생각했다면, ‘어른 김장하’ 선생님의 삶을 접한 이후부터는 나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고 다잡아야 한다는 실존적인 책임감이 따라왔다.
김장하 선생님은 19세에 한약사 자격을 취득한 뒤, 그 수익으로 수많은 학생을 후원하고 학교를 세우며, 재단을 만들어 사회 곳곳에 기여했다. 평생 승용차 한 대 없이 살았던 그의 삶을 보며, "그분에게 돈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그 돈으로 호화롭게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그래서 차곡차곡 모아 사회에 환원하고자 이 일을 선택한 것이다.”
자본과 명예, 실속에 대한 욕망이 정당화되는 이 시대에도,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베풀며 살아온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사회는 무너지지 않고 버텨왔다는 생각이 든다.
돈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세상에서, 돈보다 신념을 더 강하게 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일이었을까.그럼에도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김장하 선생님의 어깨는,어떤 장수보다 강하고 묵직한 한 발자국으로 느껴진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사람을 속이거나 배신했을 때, 하늘에서 천벌을 받을 것 같고,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울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한 사람쯤은 삶에 있어야 한다고. 모든 이들이 그런 존재가 될 순 없겠지만, 나만이라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알게 된 듯하다.
#어른김장하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