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것을 접했을때 비루한 자신을 위로하는 법]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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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영역에서 위대해지고자 꿈꾼다. 성취와 업적, 그리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 열망은 시대와 관계없이 보편적이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압도적인 위대함과 마주한다. 처음엔 그저 찬탄할 수밖에 없다. 감히 근처조차 다가설 수 없을 듯한 완성도 앞에서, 우리는 서 있다기보다 그 앞에 작아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교만인지 성장인지 모를 어떤 감각이 생긴다. 마치 그 위대함의 방식이 살짝 보이기라도 한 듯 느껴진다. 손끝으로 어렴풋이 감지되는 감각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유혹적이다. 바로 그 순간, 세상은 우리를 시험하듯 또 한 번 위대한 것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를 준다. 그 안을 열어보면, 처음엔 단순하고 러프하게 보였던 요소들이 사실은 수많은 세밀한 태엽의 정교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치 스위스 시계처럼, 각 부품은 정밀하게 맞물리고 균형을 이루며, 전체의 거대한 아름다움을 지탱하고 있다.


그제야 깨닫는다. 위대함은 단순한 감각의 총합이 아니라, 축적된 내공과 치열한 구성, 반복된 실패와 갈무리의 결과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오히려 더 깊은 비루함으로 우리를 감싼다. 처음 느꼈던 거리감보다 더 멀게 느껴지고, 이전의 열등감보다 더 선명한 자각이 밀려온다.


바로 그 지점이야말로 가장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 시점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안목이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위대함의 표면이 아닌, 그 미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의 모든 질문과 좌절이 결국은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음을, 스스로 인정해도 좋다. 모든 비루함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고, 다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 시선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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