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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상보시 無住相布施]

베풀때 가장 먼저 버려야하는 마음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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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단순한 금전적 나눔을 넘어, 마음과 시간까지 내어주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여유가 부족한 시대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예전에는 부족함 속에서도 품앗이처럼 서로 채워주던 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빠듯한 상황 속에서 여유가 생긴 이가 뒤따라 끌어주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베푼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내어주는 일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크든 작든 보상심리를 느끼게 마련이다. 마음을 비우고 내어주더라도, 어느 순간엔 서운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답례를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반복되는 일방향의 관계나 목적만을 위한 접근은 피로함을 느끼게 한다.


무언가를 부탁받거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태도를 마주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감정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일에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그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기억하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이 깃든 행동엔 언제나 애정과 수고가 함께한다.


‘무주상보시’란, 주었다는 의식마저 내려놓는 베풂이다. 그 무엇에도 머무르지 않고 그 어떤 대가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 현실 속에서 완전히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누군가에게 내리사랑처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주상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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