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찾는 이유]

그 시대를 공부하고, 다시 재현하다

by 김도형

최근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마지막 편의 러닝타임이 3시간 30분에 달하고, 전체를 감상하려면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한 번만 본 사람은 드물다. 시간이 지나도 반복해서 보게 되는 힘, 그것이 고전이 가지는 생명력이다.


우리는 왜 고전을 다시 찾는가. 시대는 빠르게 흐르고, 새로운 콘텐츠와 시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대부분은 소비되고, 다시 돌아보지 않게 된다. 그러나 고전은 다르다.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단지 낡은 것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이고 조형적으로 완결된 구조를 지녔으며, 수많은 고민과 실험 끝에 정제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는 밀도와 완성도는 결국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관점은 동시대 미술을 바라볼 때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동시대 미술은 상업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확장성과 다양성을 확보했지만, 때로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재검증의 시간이 생략되기도 한다. 작품이 시장에서 소비되기 전에 그것이 예술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가치와 예술성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부족해지면서, 오히려 자본은 다시 클래식한 페인팅이나 구조적 완성도를 갖춘 작업을 선호하게 되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난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이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좋은 작품이란 고전이든 동시대든, 다시 보고 싶은 힘을 지닌 작업일 것이다. 단지 한때의 환상이나 기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어 그 자취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 그것이 고전이 지닌 미학이며, 우리가 ‘다시 보는 경험’을 통해 발견하는 깊이와 밀도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른다. 예술은, 결국 시간 위에 새겨진 깊이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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