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한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보았다.
“베토벤은 자신이 원할 때 쓰고 싶은 곡을 썼다. 반면 바흐는 특정한 날 교회 연주를 위해 칸타타를 써야 했고, 하이든은 일정한 행사에 맞춰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에 대해 오래 고민해오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목적의 선행 유무’와 ‘자본의 개입 여부’였다. 디자인은 목적이 먼저 존재하고, 그 목적을 위해 자본이 투입되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예술은 작가가 원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세상에 먼저 내놓는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며, 불특정 다수에게 던져진다.
그래서 예술가는 불안하다. 자기가 가는 길이 옳은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그만큼 결과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강박적으로 자기를 검증하고 또 다시 작업으로 회귀한다. 예술가의 삶이란 늘 스스로의 방향성과 존재를 확인하는 치열한 여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모두 위대한 작곡가들이지만, 베토벤은 예술가(Artist)로, 바흐와 하이든은 장인(Craftsman)으로 구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술가는 세상이 뭐라 하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자신의 타이밍에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결과에 온몸으로 반응하며 다시 나아간다. 그것은 고독하고도 위대한 작업이다.
#아티스트 #장인 #베토벤 #바흐 #하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