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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과 의심]

by 김도형


세상이 참 살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법칙이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해답을 찾았다고 믿는 순간, 그 생각을 비웃듯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더 큰 질서와 원리를 깨닫게 되며, 오히려 스스로가 더 작아지는 기분을 자주 겪는다.


‘확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직업적 정체성이나 주관에 대한 확신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작동하고,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확신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배운다. 확신이 있어야 자신을 설득하고, 타인을 납득시킬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노력하고 있던 찰나, ‘의심’이라는 단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신앙도 존재할 수 없다.”


성숙하지 않다면 확신에 과도한 무게를 실어선 안 되며,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 성숙의 기준은 누구도 판단할 수 없지만, 우리가 인간인 이상 죽을 때까지도 완전한 성숙이라는 말을 쓰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큰 방향성에 대한 단단한 확신을 품되, 그 길 위에서 뻗어 나가는 수많은 잔가지들에 대해선 의심과 점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평생을 살아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

비록 미숙할지라도, 말보다 실천으로 증명하며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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