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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와 관찰하다]

by 김도형


강의를 하다 보면 “미술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 나는 늘 ‘보다’와 ‘관찰하다’라는 두 관점의 차이를 강조한다.


시각예술인 만큼 창작자들은 ‘본다’는 행위 자체에 큰 무게를 두며, ‘무엇을 보느냐’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러나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주체를 논하기에 앞서, 단지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감상의 깊이는 현저히 달라진다.


‘보다’는 일종의 지시적인 행위다. 누군가 “여기 좀 봐봐”라고 말할 때처럼 단순하고 순간적이다. 반면 ‘관찰하다’는 맥락을 읽고, 세심한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의 행위다. 마치 “오빠, 나 뭐 달라진 거 없어?”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처럼, ‘관찰’은 주의 깊은 이해의 시작이다.


미술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듯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스며드는 태도가 필요하다. 작품을 그저 스쳐보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맥락과 흔적을 관찰함으로써 나만의 감상법이 만들어진다. 관찰은 곧 미술과 관계를 맺는 가장 진정성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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