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입’이라는 단어를 ‘힙하다’는 말로 표현하며 열광하고, 오히려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종의 포비아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하입이라는 말이 어떻게 정의되었는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왜, 어떻게 따라가거나 활용할 것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Hype은 아이러니하게도, 과장된 광고나 홍보를 통해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를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짧게 표현하면 ‘과대 광고’다. 우리는 이 과대 광고에 반응하고, 때로는 추종까지 하고 있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 하입은 단순한 과장이라기보다 '새로움'에 대한 집단적 전율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 하입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이 ‘정형화된 것’에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입은 정답 없는 영역에서 감각을 자극하는 충격이며, 예측할 수 없는 감각에 대한 갈망이다. 그래서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는, 소속감과 차별화의 이중성이다. 하입에 올라탄 사람은 앞서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동시에 무언가를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정보나 지식의 선점을 갈망하고, 모두가 ‘먼저 아는 사람’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그래서 트렌드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학습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더불어 오늘날의 하입은 단순한 사회적 계급이 아니라, 감각의 계급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보의 격차는 감각의 격차로 이어지고, 이제는 센스보다 감도가 더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하입은 일종의 집단적 인증 기능을 한다. ‘좋아요’의 숫자, 모이는 사람의 수는 곧 신뢰의 기준이 되고, 사람들은 거기에서 안도감을 얻는다. 나도 열광해도 되겠구나, 하는 식으로.
마지막으로 하입은 미래에 투자하는 감정이다. 하입은 현재보다 앞으로 올 가능성과 가치에 베팅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직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더라도, 미래에는 중심이 되어 그 가치를 드러내는 사례들이 많다.
이처럼 하입은 때로 과대포장처럼 다가오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하입이라는 단어가 더욱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감각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소속과 차별화, 그리고 감각의 계급에 쫓기고 있는 현대인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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