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입의 필수 요건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데도 늘 힙하다는 인상을 준다.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동경했고, 따라 해보려 노력도 해봤다. 결국 감각이라는 건 머리로 흉내 내기보다는 몸에 붙이는 것, 즉 일상 속에서 익히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힙해지기 위해, 또는 하입한 감각을 갖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나름의 관점으로 정리해보면, 우선 새로움을 감지하는 촉수가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먼저 변화를 알아채는 직관, 그리고 그것을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틀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 정신과, 사회적 타협보다도 내면의 충실함을 우선시하는 당당함이 더해질 때 비로소 감각이 살아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하입은 단순히 ‘먼저’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보는 앞선 감각에 더 가깝다. 유행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아니라, 감각을 먼저 감지하고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일이다.
이 감각을 유지하려면 충돌과 협업 속에서 새로운 흐름이 생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입은 고립된 태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연결된 관계 속에서 자라고, 네트워킹은 감각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 안에서 더 많은 자극과 시너지가 만들어진다.
결국 힙하다는 것은 단어를 추종하는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하며, 자기 감각을 밀어붙이는 일이다. 유행이 아니라 감각이 중요하고, 좋은 관계를 통해 그 감각은 더욱 자극되고 확장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방식으로 말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입한 사람은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리듬을 가진 사람이다. 누군가가 정한 트렌드보다, 스스로의 감각이 머무는 자리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상의 도파민에 현혹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속도보다 방향을 보려는 태도. 힙해지려 애쓰는 것보다 스스로 하입한 감각을 갖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