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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관리의 필요성과 전문가의 역할]

by 김도형


컬렉팅을 하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컬렉션 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수집을 시작했지만, 되팔기 어려운 작품들이 쌓이고, 작품 간 취향의 연결고리가 없어 방향성을 잃은 컬렉션으로 남는 일이 많다. 감정적인 동기로 시작된 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애물단지가 될 위험이 크며, 그렇기 때문에 미술 컬렉션은 자산처럼 장기적인 운용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작품의 보존 상태이다. 미술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산이지만, 보관 상태에 따라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가치가 30% 이상 하락하는 경우도 있으며, 재료의 특성과 내구성에 따라 처음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작품도 존재한다. 따라서 작품을 고를 때는 단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보존 가능성과 유지 관리의 현실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컬렉션의 취향과 방향성은 하나의 축처럼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명확한 기준 없이 작품을 모으면 결국 아무런 맥락 없는 소비로 남게 되며, 시장에서 컬렉션으로서의 가치도 갖기 어렵다. 작가나 장르, 시대, 주제 등 일정한 콘셉트가 있는 컬렉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소리가 되며, 컬렉터의 시선이 드러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미술 시장은 고정된 구조가 아니며, 항상 변하고 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작품의 수요와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컬렉션을 구성할 때는 매입과 매각의 타이밍을 판단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소장 작품들의 리스트를 관리하고, 그 흐름과 배치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어떤 작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통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만 현명한 판단이 가능하다.


미술은 단지 감상의 대상만은 아니다. 세금 운용이나 절세, 증여와 상속 설계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감가상각이 가능한 법인 소장품으로도, 장기적으로는 문화 자산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술 시장과 세무적 지식을 함께 갖춘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하며, 아트 어드바이저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결국 컬렉션은 단순한 작품의 축적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선이며, 기호이며, 때로는 삶의 기록이고 자산이 되기도 한다. 감정으로 시작한 수집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와 기록이 더해져야 한다. 관리되지 않는 컬렉션은 흩어진 조각이 되지만, 잘 가꿔진 컬렉션은 하나의 세계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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