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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미래]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안

by 김도형


넷플릭스 시대를 거치며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작 역량을 증명했고,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주류가 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특히 수익화에는 실패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방송 규제가 완화되면서 짧은 편수나 다양한 분량 등 제작자의 상상력이 현실화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 니치 콘텐츠도 글로벌 단위에서 대중성을 확보하며, 한국 콘텐츠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자극적인 신선함’ 정도로 평가받을 뿐, 라틴계 콘텐츠처럼 주류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시장 과잉과 OTT의 가격 후려치기 속에서도, 제작사가 IP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렸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자본력을 전제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IP를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단순히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하기보다, 북미 내 ‘아시안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라틴계 콘텐츠가 라티노 소비자층을 발판 삼아 북미 주류 시장에 진입한 사례처럼, 문화적·인종적 기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IP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일본은 강력한 내수 시장 덕분에 글로벌화가 더뎌졌지만, 넷플릭스 등으로 생태계가 흔들리며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글로벌 IP와 한국의 제작 역량을 결합한 협업이 가능해졌고, 이미 파트너로 고려될 만큼 한국 제작사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인력 교환이 아니라, 밸류체인과 IP 중심의 전략적 협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내수나 권역 수준을 넘어서,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권 공동 제작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현재의 위기는 콘텐츠, 플랫폼, 정책 등 단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 전략, 가치사슬, 정부 정책이 함께 작동하고, 내부 혁신과 외부 충격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미디어 플랫폼 시장이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과점 구조로 재편되며, 국내 플랫폼의 광고와 구독 수익이 잠식됐다.


시장 혁신은 기업들의 전략적 행동으로, 제도 혁신은 정부의 정책적 결정으로 이뤄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방송 광고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적 개혁이며, 디지털 시장법 등 글로벌 흐름에 맞는 법제도 개선과 새로운 ‘게임의 룰’을 설정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 시대는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제작사는 IP를 지킬 수 있는 전략과 자본을 마련해야 하고, 북미 내 아시안 소비층과 일본 IP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제도 혁신으로 시장을 뒷받침해야 하며, 기업들은 가치사슬과 플랫폼의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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