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라는 말은 오늘날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자, 유전학에서도 모든 생명 종에 해당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쓰이는 맥락과 의미는 서로 다르다.
먼저 유전학에서의 다양성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개념이다. 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는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다양한 유전적 특성이 공존하며, 교배를 통해 생존 가능성과 수명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유전학에서 다양성은 종들이 공존하며 전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전제가 있다. 모든 종이 무조건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과 경쟁 속에서 일부는 사라지거나 다른 종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유전학에서의 다양성은 ‘가능성’이 존중되는 것이지, 개별 존재가 모두 지켜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사회에서 말하는 다양성은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닌다. 인간 사회에서의 다양성은 각자가 지닌 다름을 존중하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윤리적 요구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역시 무조건 모든 다양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다양성은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했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과까지 모두 평등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연의 원리에서 보듯, 다양성은 공존과 변화의 가능성을 키우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소멸하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이를 강자의 독식이라고 보기보다는 적자생존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 한다.
예술에서의 다양성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시도와 표현이 가능해야 하고, 누구나 그 권리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 다양성의 결과물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양성은 가능성의 확장을 의미하며, 그 가치는 결국 사회적 평가 속에서 결정된다.
결국 다양성이란 모든 것을 무조건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가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생존하고 존속하는 것은 자연과 사회가 판단한다. 이는 유전학에서도, 예술에서도, 사회에서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지하는 것과 결과의 평등을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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