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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하는 선과 격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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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선을 잘 지킨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말은 영화 기생충에서도 섬세하고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듯, 선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선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흔히 ‘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선과 격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결은 다르다. 격은 품격과 같이, 교양과 예의를 지키며 말과 행동에 품위를 드러내는 태도다. 그래서 격이 있는 사람은 대개 선을 지킬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격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수치화하기 쉽지만, 선은 매우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격은 누구나 보편적 기준으로 쌓아갈 수 있는 영역이라면, 선은 언제 어느 순간 누구의 경계를 넘게 될지, 혹은 누군가가 내 경계를 넘는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격을 기르는 것도 어렵지만, 선을 지키는 일은 훨씬 더 섬세한 통찰이 필요하다.


격이 있는 사람은 지식과 교양을 쌓고, 예의범절을 익히면 된다. 하지만 선을 지키는 사람은 상대의 주관적인 경계를 파악해야 하고, 공감 능력과 상황 판단력, 그리고 유연한 대처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으면서도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은 정말 귀하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결국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면서도 상대와의 선을 지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바탕에는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공감이 자리해야 한다. 공감 없는 격은 공허하고, 공감 없는 선은 언제든 무너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서로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지켜내는 선과, 그것을 담아내는 격이다.


#선 #격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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