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책을 접하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수많은 단어들이 금화와 보석처럼 빼곡히 박혀 있고, 그 앞에서 너무 많은 진귀함을 한번에 접한것처럼 압도된다. 손으로 한 줌씩 쓸어 담아야 할지, 아니면 하나하나 정성스레 집어 올려야 할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드글드글한 욕심으로 어떻게 이 보물들을 빠뜨리지 않고 챙길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된다.
책을 읽는 내내 강박처럼 따라붙는 생각도 있다. 이 단어, 이 문장을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둘 수 있을까. 이번에 다시 꺼내든 책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다. 소설이지만, 철학서이자 지식서처럼 느껴진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정수만을 모아 놓은 듯해, 이미 읽은 책인데도 다시 삼키는 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마음은 앞서는데, 머리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수많은 금은보화를 내 방식대로 모아 나만의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 같다.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값지다. 세상의 어떤 욕망보다 긍정적인 욕심이 있다면, 그건 아마 이런 책을 향한 마음 아닐까.
이 책은 정말, 보물 중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