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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과 보어아웃]

by 김도형

나는 어디를 가든 일복이 많은 편이다. 일이 많아도 항상 즐기려고 노력했지만, 때때로 내 역량을 넘는 업무를 맡게 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요즘은 주 4.5일제 이야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번아웃이 올 만큼 일에 몰두할까? 인지심리학자들은 흥미로운 말을 한다. “일을 즐기는 사람은 정신질환일 수 있다”고. 실제로 일 자체가 즐거운 게 아니라, 일을 끝낸 뒤 오는 성장감과 보람이 즐거움으로 착각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기존의 상식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어떤 정보는 모르고 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번아웃(Burnout)은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가 지속되면서 에너지가 고갈되는 상태다. 심신이 탈진되고, 휴식이 반드시 필요해진다. 그런데 최근 보어아웃(Boreout)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접했다. 같은 일의 반복으로 뇌가 자극 없이 적응해버리고, 결국 무기력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번아웃은 휴식으로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보어아웃은 더 무섭다. 문제는 의욕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력자가 특정 업무에 완전히 익숙해졌을 때, 변화 없이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종종 나타난다. 그래서 이럴수록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일부러라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부모님께도 평소에 안 쓰던 언어나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라고 자주 말씀드린다. 이것이 바로 루틴에 갇히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견고한 논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확신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많은 변수와 가능성을 받아들일 개방성이 필요하다.


번아웃과 보어아웃, 어느 쪽이든 ‘아웃’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 가능한 ‘인(In)’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지금 시대에는 삶의 에너지와 균형을 지키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번아웃 #보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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