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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방법]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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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논리에서 시장 규모를 종종 파이에 비유한다. 조각으로 나누어 가진다는 점에서 파이는 시장에서 얼마나 큰 수익을 나눌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 미술에서도 파이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숙제처럼 남아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총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다. 파이가 작다는 것은 결국 구매층이 적고, 그들이 소비하는 양도 많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미술품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컬렉터층은 아직 얇고 협소하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은 컬렉터층을 넓히고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흔히 ‘저변 확대’라 부르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간 많은 자본과 노력이 투입됐음에도 왜 뚜렷한 성과가 없었을까?


우리 사회는 일시적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미술처럼 서서히 성숙하는 산업에서는 각자 견고한 취향이 쌓이고 연결되며 시장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기다려 주지 못했다. 시장과 주변 환경이 개인의 취향을 지켜주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작가와 트렌드를 쫓아 홍보와 판매를 이어가며, 본인의 취향과 맞지 않는 작품을 구매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는 심리와, 부동산이나 자산에서 보아온 패턴을 따라 미술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대상을 쫓는 식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남의 취향에 기대어 구매한 작품에는 애정을 가지기 힘들고, 결국 자산으로 전환되며 시장에 다시 나오게 된다.


예술은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성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숙해지는 동안 관계성과 신뢰가 쌓이며 시장의 벽돌과 시멘트가 된다. 하지만 충분히 숙성되기도 전에 작품이 시장에 다시 등장해 단기적인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받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미술 시장의 파이는 오히려 불안정하게 커지고 만다.


건강한 시장의 성장은 문화의식과 취향을 존중하고 견고히 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보편적 정보의 공유를 통해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미술 시장은 튼튼한 기반 위에서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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